경기도 교육감 선거
아이고, 이거 진작에 쓰려고 했는데, 요새 일을 열심히! 일을 열심히!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날짜 가는 것도 잊었어요. 4월 8일, 오늘, 경기도 교육감 선거일이네요. 뭐, 제가 떠들지 않아도 다들 알고 계실 일이긴 하지만, 노파심은 노파의 특권 아니겠습니꺄? 경기도 유권자가 자그마치 850만 명이 넘더군요. 경기도도 공룡이에요. 심지어 남과 북이 분리된 공룡. 이 덩치면 남도와 북도로 나눠야 할 것 같은데, 아직 그렇지 못하니, 남쪽 경기도 주민 여러분, 북쪽 경기도 주민 여러분, 집안의 어린이, 집밖의 어린이 가리지 말고 뭐가 좋겠는지 한번씩 물어보고 투표하도록 해요.

집안에 학생이 없는 저는 친애하는 앞집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오후에 맨날 각종 놀이기구 들고 혼자서 노는 천진하고도 처량한 어린이랍니다. 친구들 학원서 돌아오기 기다리면서요. 덕분에 이 아줌마도 한번씩 놀이에 끼워주는, 열린마음 소년이지요. 그렇다고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 토론을 벌이거나 한 건 아니고요, 그저 학교 재밌는지, 뭐가 재밌는지, 일반다반사적인 안부..라기보다 스케이트보든가, 그 유선형 몸매를 가운데서 절단해서 나긋하게 밀고 나가는 판대기요, 그거나 좀 얻어타봤죠. 뭐, 나긋하지도, 많이 밀고 나가지도 못하고 돌려줬드랬습니다.

언젠가 저의 아줌마 친구들하고 수다떨다가, 당연히, 아내의 유혹 얘기가 나왔죠. 저는 아버지 저녁 드시는데 옆에 앉았다가 한번 보고는 기겁했는데, 방송시간이 그게 뭐냐고요. 저녁 일곱 시쯤 하는 거 같던데, 그게 어린 학생들 한참 깨어 있을 시간 아니냐고요. 아줌마 친구들 대답에 저는 한번 더 기겁하고 말았지요. 얘는, 그 시간에 집에서 티븨 보는 애가 어딨어, 다 학원 갔지. 아, 그렇구나. 다행..인..건가? 별로 안심이 되진 않네. 울 앞집엔 그 시간에 집에 있는 어린 학생 있는데..

아까 출근 전에 앞집소년의 어머니 오반장님과 잠시 대화를 해봤어요(아휴, 아내의 유혹 보는지 물으려는 건 아니었죠). 씩씩하고 부지런하고 활달한 여성인 것까진 알았는데, 아이들의 주장과 취미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멋진 어머니라는 걸 이제 알았어요. 하긴 아이가 놀겠다고 그냥 놀려주는 어머니가 얼마나 되겠어요. 오반장님은 가끔 학원 빼먹고 놀자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아이가 거의 혼자 노니까 보기 안쓰러울 때가 있다고, 안타까워하시더군요. 내 말이요. 어른도 놀고 싶어 죽겠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러니까요.

그쯤 되니 긴 설명은 필요없었어요. 뭘 설득하겠단 마음은 전혀 아니었는데, 요상히도, 횡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 건 왜였을까요. 암튼 우리 가족과 앞집 가족은 한 후보로 입장 정리 끝났네요. 아, 그러고 보니, 작업실 동료들하고도 일치단결!했어요. 후보들 정책을 세세하게 연구한 것도 아니고 사실 어떤 인물들인지 알기 어려웠죠. 그런데 엊그제 한 후보께서 선택을 도와주시네요. 현재 교육감인 후본데, 뜬금없이 전교조 운운하면서 작년 서울 교육감 선거 때 당선됐던 사람 비스무리한 행동을 하더라구요. 그 양반, 얼마 전에 당선무효형 받았대죠?  

저는 적어도 학원 안 다니고 공교육으로만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도 건강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사교육이 선택 사항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학원에 안 가는 것이 낙오나 포기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게요. 이쁜 앞집소년 혼자 놀지 않게요. 공약만으로는 여기에 접근하는 후보가 있는 것 같아, 조금은 기대하면서 투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투표시간은 오전 6시에서 저녁 8시, 길다면 길고 짧다면 한순간일 시간이지만, 무너지는 지구 축을 받치러 가야 한다거나 채플린 거사께서 황금광에서 호출했다거나 연아양의 온종일 데이트 요청, 그런 정도의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시간과 발품 할애할 만한 일, 아니겠습니까? 



지난 대선 때는 투표 장소를 불명확하게 표시해놔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투덜댔는데, 이번엔 다음콩나물 지도를 척 인쇄해서 실어놨더군요. 제법 기특했어요.
 

by 낙타친구 | 2009/04/08 02:33 | 얄라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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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며칠이나'열심히'했다고그걸느낌표꽝꽝꽝찍어가며동네방네떠들었지? 며칠 전 뒤늦은 시각, 투표 장려 올린 직후, 띄어쓰기 없이 한달음에 휘리릭 머릿속을 지나간 이 문장이 공연한 습관적 염려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10분만, 아니 5분만, 아니 딱 1분만 먼저 정신차렸더라면, ... more

Commented by peace at 2009/04/08 09:34
1년 2개월인가 하는 교육감 임기는 뭔가 소신을 펼치기엔 너무 짧은 듯 해요. 그렇다고 차기 교육감이 전임 교육감의 교육철학이나 정책을 이어받지는 절대 않을 것 같고...
Commented by 낙타친구 at 2009/04/08 11:47
개나리가 참 이쁘게 피었습디다..
Commented by 요로레히 at 2009/04/08 22:40
투표율이 12%인가 그렇다더군요. 예전에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줘도 못 먹나?" 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참 투표권 줘도 못 챙기니...
500억인가 들여서 선거를 했다던데, 선거를 안 했으면 현직 교육감이 계속 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그 사람이 임기동안 영어교육에 연간 600억인가를 투입했다나요? 딴사람이 되면 돈 들여 선거해도 본전은 남네요...
Commented by 낙타친구 at 2009/04/08 23:14
아 욜레히님, 저두 방금 결과 봤어요. 이런 기쁜 일이..
(선거 비용이 500억이었단 말씀이세요? 지금 당선자가요? 숫자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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